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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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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카페1 의인화라고 그랬나? 그건 네가 나의 언어로 말할 수 없다는 이기적인 말을 둘러말한거겠지 기대지마 알아듣는거조차 안된다면 감정이입이랍시고 '-처럼'을 연방 들이키며 내가 네 맘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병나발 부는거 식상해 넌 감정잡고선 헤 입 벌려 침 흘리고 난 너 앞에서 잎마다 가시이빨을 드러내고 이방인의 메마른 은유를 견뎌내는 삐쭉 키 큰 선인장일뿐 너의 시에 난 인테리어 나부랭이일뿐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66페이지까지 핏줄을 삼켜버린 너는 혈관이 보일듯한 검푸른 혀를 구겨넣어 그 입술을 닫고 돌처럼 굳어버린다. 손을 뻗어 던져버리면 생명은 영원하다는 착각에 빠진 동그란 파문을 일으키며 물가로 퍼지듯 스며들다가. 이내 칼로도 도려내기 힘든 끈적끈적한 핏덩이 돌을 다시 토해내고 나는 시퍼런 나무 아래 어둠에 희미한 산책길에서 노래한다. 생명이 구불구불 맥박치는 전율을 돌처럼 동그랗게 입술을 오므려.
마음통(痛) 내 마음에 간직한 여러 색깔의 투명 상자들 이제 머리로 옮길 시간이 온걸까 아이의 마음이 빚은 색깔들 가득한 두 손 모아 바짝 들여다봐도 안에 들어있는 것도 지금껏 그 색깔인 줄 알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어른이 직접 두 손에 잡고선 본 그것은 다른 색깔이었고 한 번 보고나서는 옛 색깔의 아이가 가졌던 그 빛깔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뚜껑을 아무리 다시 덮어도 도저히 예전의 내 눈이 아니다
낙엽새 내가 낙엽인 것을 떨어질 때 알았다 봉오리에 누가 말을 걸지도 근처에 매캐한 불을 피우지도 않았지만 봄날의 나뭇잎들이 바람을 부대껴 안으며 내는 싱그러운 소리를 기억해 둔 나뭇가지 마디마디가 나라면 나인 나를 똑똑 불러댔다 후-, 후-, 후- 피어올렸다 봄날의 인상을 앞날에 또 기억할 나의 초상화를 타닥타닥 기억지피는 소리를 따라 의문에서 의문으로 이어지는 암흑이 달아나는 초록창문을 열고 보일 듯 말 듯 내다 보았다 빛은 어느새 열기를 머금고 침범했고 낮새 나뭇잎은 어리둥절해져 바람의 어깨에 기대다가 달빛에는 비틀거리며 어둡고 스산한 침상에 누워버렸다 여름날의 수없는 침범과 탈진에 해져 봄의 소리가 결국 보이지 않는 경계에 다다랐다 우수수- 불러내도, 기억조차 없는 가을의 목소리를 앞으로는, 기억하지도 ..
빈 a4 한 장 빈 스페이스들로 채운 가벼운 하얀 a4 한 장 말하기 전 멈춰 서서 무수히 제자리에서 깜빡이다 묵묵히 밀고 간 커서 자국들로 가득채웠는데도 한들거리는 얇은 종이는 빨갛게 베고 만다 무성히 빼곡한 고통을 무겁게 써내려간 공백을 무채색으로 덧입히는데도 가여운 하얀 a4 한 장 붉게 물들인다 날카롭게.
뒷바퀴 생긴건 멀쩡한데 할 일도 하긴 하는데 졸졸 따라다니기만 하는거 같다
별림자 별을 보다 잠이들면 빛의 붓이 촉촉하게 내 눈에 꿈을 그린다 빛나는 별 점점이 저마다 별자리가 숨겨둔 심장이 밤새 쏟아내는 리듬에 맞추어 사르르 은하수가 또르르 흐르며 하프를 연주하는 밤하늘을 아침이 닿기 전 내 눈꺼풀 아래에 아득히 담아내는 꿈을 별을 보다 잠이들면 빛의 활자가 삐걱이며 내 귀에 이야기를 들려준다 색깔을 훔치다 잡힌 빛 한줌 어두운 손아귀 틈 사이로 도망치고 이별 저별에 머물며 지난간 흔적을 까만 크레파스로 밤새 지우다가 아침이 닿으면슬쩍한 색깔들과 뜬눈으로 발각되는 슬픈 이야기를
벌거숭이 왈츠 가장 쇠약할 때 죽음을 견뎌내고 가장 나약할 때 탄생을 맞이한다 나를 알기 전에 생명의 신을 신었다가 나를 잊어버릴 때 즈음 벗어던진다 벗은 발로 신을 마중 나갈 때 때때로 찾아오던 두려움이 아직 남아 있다면 스스로 있는 자의 홀로 선 독백에 맞춰 둘러싼 빛깔 잃은 소리 없는 벌거숭이들의 왈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