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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poem

낙엽새

내가 낙엽인 것을 떨어질 때 알았다

 

봉오리에 누가 말을 걸지도

근처에 매캐한 불을 피우지도 않았지만

봄날의 나뭇잎들이 바람을 부대껴 안으며

내는 싱그러운 소리를 기억해 둔

나뭇가지 마디마디가

나라면 나인 나를 똑똑 불러댔다

 

후-, 후-, 후-

피어올렸다 봄날의 인상을

앞날에 또 기억할 나의 초상화를

타닥타닥 기억지피는 소리를 따라

의문에서 의문으로 이어지는

암흑이 달아나는 초록창문을 열고

보일 듯 말 듯 내다 보았다

 

빛은 어느새 열기를 머금고 침범했고

낮새 나뭇잎은 어리둥절해져

바람의 어깨에 기대다가

달빛에는 비틀거리며

어둡고 스산한 침상에 누워버렸다

 

여름날의 수없는 침범과 탈진에 해져

봄의 소리가 결국 보이지 않는 경계에 다다랐다

 

우수수-

불러내도, 기억조차 없는 가을의 목소리를

앞으로는, 기억하지도 못할 목소리를

의문에서, 이제 외면으로 이어지는

고독피우는 바람의 소리를 따라

말없이 떨어졌다

 

내가 낙엽이 되리라는 것을 그때 알아차렸다

 

그 순간

솟구쳐 부는 바람에

저 높이 한 번 날아올라

더 이상 희미해 보이지 않는 

봄의 소리를 가냘프게 외친다

나는 철따라 또다시 찾아오는 낙엽새가 되었다고

나를 부를 봄날의 기억만을 심고 멀리 떠나는

나는 낙엽새가 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