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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poem

(105)
모래성 게임 내가 누구일까 나인데도 우왕좌왕 헤매는 편이지 그럼 모래성 게임을 주거니 받거니 해보자 막대기가 꽂힌 거기에는 내가 누구인지 답이 있을까 살며시 손으로 동그랗게 그러모으면 모래가 사르르 흘러내리고 말없이 까만 눈동자만 동그랗게 깜빡거린다 점점 막대기는 쪼삣쪼삣 드러나고 등덜미는 쭈뼛쭈뼛 조여온다 아슬아슬 이어지는 차례 마지막이 나인지 너인지 하여간 그 순간 까끌까끌 모래알이 반짝거린다 막대기가 거기 있긴 있었나 동그랗게 깜빡거린다
겨울 그 시작 ‘그래, 이게 바로 딱 너지’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시작하지는 않을테야 그냥 있는 그대로 고민하지 않고 걱정하지도 슬퍼하지도 즐거워하지도 않은 채 그 시작은 체온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타인처럼 차갑게 느껴질 때 거리를 두더라도 차가운 손은 이미 몸 안에 뛰는 네 심장을 움켜쥐고 있지 낯선 눈이 저 바깥에서부터 살며시 어깨에 떨어진다 외로운 인기척일까 내 온기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나의 모양과 색깔도 보지 않고 마냥 발까지 주저없이 내려 앉는다. 곧 사라질 하얀 욕망을 끌어안고 대지에 퍼질러 누워버린다 살아있는 무모한 순간이 감각을 잃을 때까지 차디찬 너를 나에게 던지고 있다.
이별 전 마주한 슬픔 아직 당신을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면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당신과 떨어져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차곡차곡 쌓여가는 이별의 순간일텐데 단지 슬프지 않은 이별이기에 없는듯이 살아가는거겠지
꽃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 꽃 앞에 머물며 침묵을 지키는 것 곰곰이 온종일 살포시 인사를 건네고 있는 햇살을 보고 있노라면 차마 손을 흔드는 인사는 무례하리라 대신 살며시 입가에 웃음을 머금어본다 바람결에 내 작은 웃음이 한들한들 흔들리며 보이겠지 꽃 앞에 꽃 너처럼 아른거리는 것 외롭다 외롭다 휘이휘이 꽃, 너에게 말없이 건네는 인사다
마술봉 나무젓가락 엄니는 깨금발로 자리지 않는 커텐을 나무젓가락으로 펼쳐 부엌 작은 창을 가린다. 찡그렸던 햇살인데 금새 아들 눈은 활짝 핀다.
인간의 마음 아기가 숨는다고 숨는다.
애기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둔다
꽃에 앉으려무나 나비야 나비 문양이 꿈에 나타나 나비이기를 저버린다고 말했다 나는 그림자가 없다고 아무도 없는 방에 인기척이 났다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무서워 한다 너는 그림자조차 없다며 저높이 자유롭게 날기에 땅에 닿는 그림자가 없단다 붙박이 나비야 그림자 없는 심장은 뛴다 누구인지를 알려고 했기에 내 마음 가까이 있어도 돼 아파하지 않아도 놀라지 않아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 그림자가 없어도 너는 그 방에 있고 누구인지 알려고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