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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poem

(105)
한입짝 말은 곱씹을 수가 없는데도또 말을 씹고 뱉어내려 이를 긁적인다 서너해 지났나 감정이 재채기에 갑자기 튀어나오고 설댄 틀니에 끼인 생각들이 남의 것인냥잇몸을 치고 낯설게 소리난다 헛기침을 하고 목을 가다듬고 입을 다물고 오물오물 씹어 삼키던 귀가 크고 입이 작던 생선을 떠올려본다 가시가 많아 속을 후벼 팠던 아픔이 있었지만 지금은 헐어버린 잇몸과 썩어들어가는 이를 보고 있노라면 앞날을 이미 담아둔 그 생선의 멍한 눈이 외려 말수 적은 선비의 입같이 겸허할 뿐이다
춘곤증 진리는 말문턱을 넘을 수 없고 숨 쉬고 있음을 눈치 못챌 때 잠시 왔다가 깜빡이는 눈을 알아차릴 때 가버린다 진리는 시간이 공간을 다 못채우고 간 트인 마당에서 계절의 향연으로 분주할 때 인내했던 마디마디를 딛고 가지를 뻗어 움트며 조용히 피어나는 하나의 꽃망울로 살며시 얼굴을 비추다 까딱까딱 떨구는 고갯짓 위로 표표히 날아가버린다
마당 뭇감각에 이끌려 비둘기가 이리저리 걸어가고 들고양이는 싸늘한 등줄기를 잽싸게 뜨는 눈초리만큼만 낮추어 뒷짐 진 비둘기의 목덜미를 날아올라 덥썩 문다 출신에 상관없이 갇혀지내던 덤불은 본의아니게 은닉을 저지르고 새파랗게 질려서는 화단을 긋고 밟지 마시오라는 팻말로 서둘러 바리케이드를 친다 손님을 맞이하는 마당에서.
여름에 겨울을 노래하다 땡그랑얼음이 유리 소도로 도망친다구릿빛 투명 갑옷을 입고멋진 몸매를 울룩불룩 드러내는 여름태양과 가깝게 걸어놓은 전리품은뜨거운 함성이 차오르는 가슴 가슴을 지나타올라 흘러내리고단단한 얼음은 녹아녹아여름에 겨울을 노래한다땡그랑 땡그랑
노래가 되어 처음 들을 때 좋은 노래가 있고한참 들어야지 좋은 노래가 있다 얼핏 스쳐가는 버스 라디오에서 다듣지 못하고 내릴 때 아쉬운 노래가 있고 좋아하는 친구의 귀로 전해듣는꺼내보고 다시 접어넣는 편지같은 노래가 있다 나라는 이사람이 노래가 되어마음 적어 날리는 종이 비행기가 되어하늘을 날아오른다면 같은 마음이리라 노래를 듣는다는 것은
약속시간 없는 의미들 언어는 담글질을 거쳐 망치질로 단선을 굽혀서 만든 굴곡 동선을 따라 손을 펴서 요철을 빠짐없이 귀에 걸어 담는다 이르시되 말씀으로 세상은 이루어진바 의미만 있다면 굳이 시간은 필요없고 시간이 없기에 지금 여기 나에게 말을 할 수 없다 가버린 자는 공간에 다른 태고의 언어로 자리 잡는다 그대라는 의미를 나라는 의미를 그립다는 그 말을 약속시간도 못잡고 손을 펴서 굴곡을 더듬어 따라간다.
생일 타버린 재가 케이크에 떨어진다 촛불이 꺼진다 내뱉고 들이마신다 함께 노래하며 박수를 친다 초에 불을 붙이고 등을 끈다 어둡게 놀라게 기쁨의 폭죽은 몰래 라지만 바라며 기다린다 하루종일 거슬러 타들어가는 큰 해, 작은 해는 횃불 들고 지난 나를 바라보고 있다 타닥타닥
시선이 남기는 흔적 눈에 보이는 것들은 흔적이다 다른 존재의 시선을 반영한 흔적이다 나뭇가지는 햇빛의 시선을 더듬은 흔적이고 움츠러든 어깨는 타인의 시선을 느끼는 흔적이며 뛰노는 아이의 깔깔거리는 날개짓은 사랑하는 어머니의 시선을 담은 흔적이며 뽀뽀해달라는 입모양으로 가득한 꽃잎들은 봄바람의 시선을 만끽한 흔적이고 마음에 남은 보이지 않는 그대 흔적은 나를 향한 시선에 대한 갈망이다 낮에 맴돌던 시선들이 해를 따라 산을 넘어가면 흔적은 꼭감은 눈 뒤꼍 꿈에 나타나고 한 밤, 두 밤, 세 밤, 지나가는 밤의 열차간에 태우고 사라진다. 옛 흔적들은 멀리멀리 꼬리를 지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