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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a4 한 장 빈 스페이스들로 채운 가벼운 하얀 a4 한 장 말하기 전 멈춰 서서 무수히 제자리에서 깜빡이다 묵묵히 밀고 간 커서 자국들로 가득채웠는데도 한들거리는 얇은 종이는 빨갛게 베고 만다 무성히 빼곡한 고통을 무겁게 써내려간 공백을 무채색으로 덧입히는데도 가여운 하얀 a4 한 장 붉게 물들인다 날카롭게.
뒷바퀴 생긴건 멀쩡한데 할 일도 하긴 하는데 졸졸 따라다니기만 하는거 같다
Superman
별림자 별을 보다 잠이들면 빛의 붓이 촉촉하게 내 눈에 꿈을 그린다 빛나는 별 점점이 저마다 별자리가 숨겨둔 심장이 밤새 쏟아내는 리듬에 맞추어 사르르 은하수가 또르르 흐르며 하프를 연주하는 밤하늘을 아침이 닿기 전 내 눈꺼풀 아래에 아득히 담아내는 꿈을 별을 보다 잠이들면 빛의 활자가 삐걱이며 내 귀에 이야기를 들려준다 색깔을 훔치다 잡힌 빛 한줌 어두운 손아귀 틈 사이로 도망치고 이별 저별에 머물며 지난간 흔적을 까만 크레파스로 밤새 지우다가 아침이 닿으면슬쩍한 색깔들과 뜬눈으로 발각되는 슬픈 이야기를
4월의 봄 오죽 벚꽃과 목련 첨성대 화사한 벚꽃 유채 장독과 봄 파릇 하얀 옷 입은 목련
봄을 앗는 벚꽃 겨울 추위 후에 반짝 봄이 왔다가 바로 여름이 오면서 봄이 점점 짧아진다는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 많이 오고간다. 하지만 봄이 짧아지는 기후 변화 중에도 시각적으로 봄을 아직 우리가 맞이하고 즐기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이 꽃이다. 그중에도 단연 벚꽃이 최근에 사람들 사이에 최고로 인기가 많고 봄의 클라이맥스다. 어릴 때는 벚꽃을 잘 모르고 꽃은 꽃이겠거니 하고 건성으로 봐서인지는 몰라도 최근 들어 전국 방방곡곡에 벚나무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깔려있는 것 같다. 외모지상주의때문에 성형바람이 불듯 나무들도 봄바람을 맞아 벚꽃으로 성형을 죄다 한건 아닌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벚꽃연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봄 캐롤로 돈을 버는 가수 등 봄의 트렌드의 중심에 선 이 벚꽃나무가 과연 우리들..
벌거숭이 왈츠 가장 쇠약할 때 죽음을 견뎌내고 가장 나약할 때 탄생을 맞이한다 나를 알기 전에 생명의 신을 신었다가 나를 잊어버릴 때 즈음 벗어던진다 벗은 발로 신을 마중 나갈 때 때때로 찾아오던 두려움이 아직 남아 있다면 스스로 있는 자의 홀로 선 독백에 맞춰 둘러싼 빛깔 잃은 소리 없는 벌거숭이들의 왈츠
한입짝 말은 곱씹을 수가 없는데도또 말을 씹고 뱉어내려 이를 긁적인다 서너해 지났나 감정이 재채기에 갑자기 튀어나오고 설댄 틀니에 끼인 생각들이 남의 것인냥잇몸을 치고 낯설게 소리난다 헛기침을 하고 목을 가다듬고 입을 다물고 오물오물 씹어 삼키던 귀가 크고 입이 작던 생선을 떠올려본다 가시가 많아 속을 후벼 팠던 아픔이 있었지만 지금은 헐어버린 잇몸과 썩어들어가는 이를 보고 있노라면 앞날을 이미 담아둔 그 생선의 멍한 눈이 외려 말수 적은 선비의 입같이 겸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