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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노예 '아낌' '아껴' 돈을 모으는 것과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것은 같은 것 같지만 그 밑바탕이 되는 사고방식이 다르다. 우리는 늘상 사치하지 않고 자기 분수에 맞게 소비하는 미덕을 추앙하였다. 심지어 검소한 태도에 감탄하고 본받기를 강요받기까지도 한다. 하지만 이런 '절약'의 사고를 하는 사람도 '사치'를 일삼는 사람과 '동일'하게 '돈의 노예'가 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여기서 또 한가지 드는 의문점이 돈이 과연 쌓아놓을 수 있는 축적물의 일종인가라는 것이다. 나이 지긋한 노신사가 일하지 않고도 외제차를 끌고 다니며 무한한 쇼핑욕을 과시하는 것은 은행 전산에 찍혀있는 숫자에 의존하여 나타나는 행동이다. 물론 나이가 들기 전에 '시간'과 '노동'에 대한 반대급부로 받은 결과물로써 돈을 받았고 그 돈을 소비하..
맺음과 떠나감 결혼하면 떠나가서 슬프다는데 실제로는 어디로 휙 사라지지 않는다. 멀리 타지역으로 가지 않은 이상 가까운 곳에 있다. '새로운 울타리'를 만들고 거기에 마음이 빼앗겨서 그사람을 아끼던 사람들이 예전과 달리 그사람의 뒷모습을 많이 본다는 것과 주위 사람들이 그것에 익숙해져 이내 무덤덤해진다는 것이다. 이게 떠남의 진정한 의미이고 잠시만 슬픈 이유이다. 문득문득 슬픈 이유이다.
춘곤증 진리는 말문턱을 넘을 수 없고 숨 쉬고 있음을 눈치 못챌 때 잠시 왔다가 깜빡이는 눈을 알아차릴 때 가버린다 진리는 시간이 공간을 다 못채우고 간 트인 마당에서 계절의 향연으로 분주할 때 인내했던 마디마디를 딛고 가지를 뻗어 움트며 조용히 피어나는 하나의 꽃망울로 살며시 얼굴을 비추다 까딱까딱 떨구는 고갯짓 위로 표표히 날아가버린다
합천 해인사 누군가 가뭄때문에 기도를 많이 했는지 우중충한 날이 연잇고 있다. 비로 인해 마음도 덩달아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적당히 내리는 비는 운치있는 풍경도 만들어주고 해갈에도 도움이 되니 좋게 생각하자 광합성 할 날을 생각하며 바닥에 미로같은게 있는데 사람들이 그 위를 바보처럼 돌고 돈다. 가야할 곳으로 곧장 가지 않고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미덕을 갖춘 곳 ㅎㅎ 처마가 포개지고 그 뒤로 산과 나무가 보이는 것은 어느 사찰을 가나 멋을 느끼게 한다. 나무 건축물 . 큰 아파트보다 적당한 나무의 크기가 나를 더 압도되게 만든다. 어딜가나 사진을 찍으려면 사람과 차가 걸리적거린다. 나도 사람이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지만 사진을 찍을 때면 내 눈밖의 사람은 눈밖의 사람이라는게 씁쓸하다. 나도 그런 존재이겠지? ㅋㅋ 비..
마당 뭇감각에 이끌려 비둘기가 이리저리 걸어가고 들고양이는 싸늘한 등줄기를 잽싸게 뜨는 눈초리만큼만 낮추어 뒷짐 진 비둘기의 목덜미를 날아올라 덥썩 문다 출신에 상관없이 갇혀지내던 덤불은 본의아니게 은닉을 저지르고 새파랗게 질려서는 화단을 긋고 밟지 마시오라는 팻말로 서둘러 바리케이드를 친다 손님을 맞이하는 마당에서.
여름에 겨울을 노래하다 땡그랑얼음이 유리 소도로 도망친다구릿빛 투명 갑옷을 입고멋진 몸매를 울룩불룩 드러내는 여름태양과 가깝게 걸어놓은 전리품은뜨거운 함성이 차오르는 가슴 가슴을 지나타올라 흘러내리고단단한 얼음은 녹아녹아여름에 겨울을 노래한다땡그랑 땡그랑
노래가 되어 처음 들을 때 좋은 노래가 있고한참 들어야지 좋은 노래가 있다 얼핏 스쳐가는 버스 라디오에서 다듣지 못하고 내릴 때 아쉬운 노래가 있고 좋아하는 친구의 귀로 전해듣는꺼내보고 다시 접어넣는 편지같은 노래가 있다 나라는 이사람이 노래가 되어마음 적어 날리는 종이 비행기가 되어하늘을 날아오른다면 같은 마음이리라 노래를 듣는다는 것은
약속시간 없는 의미들 언어는 담글질을 거쳐 망치질로 단선을 굽혀서 만든 굴곡 동선을 따라 손을 펴서 요철을 빠짐없이 귀에 걸어 담는다 이르시되 말씀으로 세상은 이루어진바 의미만 있다면 굳이 시간은 필요없고 시간이 없기에 지금 여기 나에게 말을 할 수 없다 가버린 자는 공간에 다른 태고의 언어로 자리 잡는다 그대라는 의미를 나라는 의미를 그립다는 그 말을 약속시간도 못잡고 손을 펴서 굴곡을 더듬어 따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