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아래의 뜨거운 붉은 혈관은
목 위 차가운 돌부리에
때때로 어지러운 아지랑이를 피운다
멀찍이 파랗게 질려버릴 찬바람 쐬며 서 있다가도
푸른 풀섶 걷어차며 뜨거운 아랫목 찾아 들어가
아지랑이에 다시 아찔해 보기도 한다
준비할새 없이 이내 목이 내려앉아 젖혀지면
위 아래 구분 없이 차갑게 돌변한 영의 돌 조각 무덤 앞에 서고
내 존재를 줄긋던 시작과 끝은 모두 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의 조각으로 둘러 쌓인 육체는 마지막인 듯
메마른 흙먼지를 덮으며 어둠 속 말이 없는 잠을 청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영의 조각이
몸 속으로 흩어 부서지는 새벽이 오면
입을 깜빡이며 육체는 눈을 벌린다
예고 없는 육체의 끝없는 휴일일 수도 있었지만
다행인지 몰라도 아직 차가운 새벽공기를 타고 오는
흙 냄새를 맡을 수 있기에 설레기도 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