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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poem

도시에 사는 물

도시에 사는 물

산턱을 깎아내리고
땅을 파내고
하늘을 찌를듯한 콧대를 높이 세운다

그들이 사는 도시에
숨통이 트도록
일년 내내 싱싱함을 자랑하는
빌딩숲을 만들어낸 것이다

계절이 멈춰버린 그 숲 속에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번듯한 나무들 사이사이로
오색찬란한 물이 모여들었는데
때이른 검은 장례 물결에 화들짝 놀란다

도시에는
풍경 소리를 잃어버린
물고기의 회색비늘만이
수면 위를 수 놓으며
애도하는 물결의 방향을 조용히 알리고 있었다

처음에 만난 물결은
감정을 숨길 수 없는
수줍은 말간 어린 아이의 얼굴을 내밀었지만
지금은 입을 꼭 다문채 인파 속에 파묻혀
즐거운 재잘거림도 없고 부끄러운 속삭임도 없다

푸른 라벨에 둘러싸인
페트병에 갇힌 모습만이
전부가 아니였다는
말도 못건낸채
때이른 검은 장례 물결에 숨죽여
여린 물결이 휩싸여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