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감각으로 가득차 있다
빛이 닿은 곳을 벗겨 담았고
소리가 닿은 곳을 기울여 담았고
냄새가 닿은 곳을 들여 담았고
손이 닿은 곳을 쓸어 담았고
혀가 닿은 곳을 훑어 담았다
실로 담았던 것은 거기 있었으나
내게 온 것들은 힘이며 의지였다
감각은 기억을 다시 불러 일으키고
머리는
혀를 놓아 말을 내었고
손을 놓아 맛을 보여주었고
눈은 빛은 못 내어 놓고
뭇 감각들이 뒤엉켜 녹아든 빛을
다시 주워 담아 새로운 의지를 낳았다
실로 내어 놓은 것은 거기 있었으나
가버린 것들은 힘이며 의지였다
감각을 담고 내어 놓을 수 있는 여기는
의지와 의지가 대면하지 못하는 감각의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