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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poem

소리와 빛과 사람과 시

0.

소리는 빛의 혀에 담지 않는 글자

사람 가까이 빚지고 사는 화폐

소리 높여 부르는 게 값인 세상에서 한몫하는

사람 입에서 쉽게 오르내리는 너


0.

빛은 몸의 기관이 내지 못하는

유일한, 고귀한 색깔


1.

쉼 없이

듣고, 보고, 말하는 인간


2. 외진 곳, 빛줄기 하나


입구는 있어도 출구가 없는 건물에 들어가

한참을 헤메며 목청껏 누굴 찾아 소리를

잃은 게 아니었다

애초에 빛은 침묵하였다

돌진하는 빛줄기에

들어오면 나갈 수 없다는 한마디도 못 건낸 채

채광이 잘 드는 창가에서

애처로운 눈빛으로 깜빡인다

깜빡이는 빛은 소리라도 내는 것 처럼

오지 말라고


3. 외진 밤


빛과 소리도 없고

꿈을 꾸지 않을 때

밤은 찾아온다

등져서가 아니라

환한 대낮에도

빛을 걸어 잠그고

잠잠히 시간에 제동을 걸며

밤이 찾아오는 것이다

무의미하게

공평하게

내가 없었듯이

다음날

빛이 날 먼저 깨울까

소리가 날 먼저 깨울까

생각에 잠기다가

대낮에도

빛도, 소리도, 꿈도 없이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