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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poem

비밀해제

욕실 양변기가 덩그러니 햇빛을 받으며
골목길에서 낯선 이방인을 마주하고 있다
달팽이처럼 집안 몸 어딘가에 처박아놓고
한평생 들락거리며 울러메고 사는가 싶더니
리모델링을 한다며 길가에 나뒹굴고 있다
더럽다고 박박 문질러 하얗게 질린 얼굴엔
백열전구에는 감춰졌던 얼룩들이 하나둘
꺼꿀잡이로 뒤집어 걸어놓은 하얀 속옷마냥
까발려져 햇빛에 욕보이고 있다
평생 씻기지 않는 오명을 사인처럼 건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