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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poem

앙금앙금

앙금앙금
기어가는 아기에게 물어본다
넌 어디에서 왔니?
여기 온지 얼마 안되었으니
거기를 알까 싶어

노인 앉은 곳
가까이 기는 아기의
재롱이 흐리게 보인다
아기 눈에
노인의 주름이 선명하게 비친다

원래 있던 곳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기와 노인이
앉았다 일어선다

흙에 덮힌 재롱을
땅에서 캐어 내듯 
팔로 끌어안고 일어서서
낙차의 아픔을 견디며
무릎을 툴툴 털어버린다

휘이 둘러
아름드리나무 아래에서
나이테가 선명하게 비친
까만 눈망울에
잎새를 살랑 드리운다

곧 겨울
넌 이제 봄

휘이 둘렀지만
우리는 마주하고 있었지

캐어 올려야만
만날 수 있었던
낙차를 지닌 계절 속에서

넌 어디서 왔니
나는 어디로 가니
아마 둘러 둘러서
마주한 아름드리나무 아래겠지

텅 빈 방
가득 채웠던
앙금앙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