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poem

버스를 타고

달린 위치는 제각기 달라도
모양은 똑같은 버저를
꾹 누른다
미련 없이 내리고 싶다라고
왜냐하면
목적지는 늘 거기거든
매일매일의 모양은 달라도

여기
무심히 앞을 향한 얼굴들은
폰 불빛을
가족보다 더 가까이 마주하고선
가족처럼 말이 없다

중간에
아니면 나보다 더 멀리가서
내리는 사람의 얘기 한번 듣고 싶어
거긴 어떠냐고

근데
매일 마주치지만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익숙한 얼굴들은
곧 사라질 영화 세트장의 연기자 같아

알아도
아는 척 하지 않기로
누구나 하는 약속을
말 없이 눈도장으로 찍었으니까

오늘은
중간에 아니면 더 멀리 가서 내려볼까


무심한 일상의 관성이 손대지 않는
다른 모양의 버저를
누를 수 있는 곳으로
덜컹덜컹